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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야기

2012. 8. 20. 08:00 | 에세이

요즘 전자책 읽는 재미에 빠져서 살고 있다. 책이라면 당연히 종이 냄새 나는 종이책이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빌어먹을 디지털 세상의 편리함에 또 한가지를 굴복해 버리고 말았다.


몇몇 책들을 구입해서 실제로 읽다보니 과거에 어렴풋이 생각했던 공간 절약이나 검색 기능 말고도 다른 장점들이 있었다.


1. 구입 즉시 볼 수 있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충동구매가 많이 늘었다;

2. 소스 코드를 타이핑 하지 않고 원하는 만큼 복사해서 붙여넣기 할 수 있다. 타이핑 안하면 실력이 안 늘어난다고? 그런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걱정되면 직접 치면 되니깐.

3. 사용자가 선호하는 폰트로 책을 볼 수도 있다. 나는 나눔폰트를 참 좋아하는데 책으로 읽을 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한 번 보고 싶다.

4. 책을 보며 밑줄 긋고 낙서해도 쉽게 복원할 수 있다.

5. 하이퍼링크를 통해 참고자료나 인용 등을 바로 확인 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물론 원래 보던 페이지로 쉽게 돌아갈 수도 있다.

6. 출판사 입장에서 책을 컬러로 만드는 것이 덜 부담스럽다. 소스코드는 Syntax 하이라이트를 해서 예쁘게 표현하기도 쉽다. 당연히 사용자한테도 좋다.

7. 책 페이지수가 종이책에 비해 중요하지 않아졌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레이아웃 구성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8. 대중 교통에서 한 손으로 들고 보기에 편리하다.

9. 그래도 종이책으로 보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선호하는 종이에 인쇄해서 보면 된다.

10. 종이책보다 싸다. 이전에는 전자책하고 종이책하고 차이가 별로 안나서 이렇게 비싸게 파나?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짜피 들어있는 지식은 같고, 쓸데없는 공간 안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


몇 달전 인사이트에서 처음으로 전자책을 DRM free로 내놨었는데, 계속 해서 새 책이 안나오는 걸 보면 기대했던 것 만큼 반응이 좋지 않았나 보다. 이제 한빛 미디어에서도 전자책 장사를 시작했다. 부디 잘 기획해서 책도 많이 팔리고 시장이 빨리 성장했으면 좋겠다.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 8점
데이브 후버 & 애디웨일 오시나이 지음, 강중빈 옮김/인사이트

나는 6년동안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두명의 멘토를 만났다.

첫번째 멘토는 지금은 절친한 내 친구이자 대학 동기이다.
2004년도 이 맘 때, 복학해서 아무 것도 모른채로 연구실 문을 두드려서 무작정 받아달라고 들어간 그 곳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몇일 동안이나 연결리스트를 이해 못해서 상심하던 내 옆에 앉아서 코드를 작성하는 법을 차근 차근 가르쳐 주었는데, 지금도 그 때가 너무 고마워서 그를 만나 술을 마실 때면 항상 그 때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두번째 멘토는 회사에 들어와서 만났다.
처음 그와 대화 했을 때 나는 그가 똑똑하다는 것은 알수 있었지만, 코드는 별로 짜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좀 지나서 언젠가 그가 내 옆에 앉아서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보고는 내가 그동안 크게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말이 별로 없고 남들 앞에 잘 나서지 않는 타입이라 많은 사람들이 그가 얼마나 똑똑한지 잘 모르고 있지만, 나는 그가 우리 회사 최고의 프로그래머임을 확신한다.
내가 지금 아는 것의 팔할은 그에게 배웠으며 아직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 두 명의 멘토가 떠올랐는데, 이 글로나마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행운도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행운만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메일을 보내 누군가에게 멘토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사람의 대답이 충격적이었다. 매일 아침에 만나서 잠시 대화를 해주겠다는 것 아닌가.
물론 이렇게 착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시도 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 행운이 굴러 들어오기만을 기다린다는 것이 방구석에만 있으면서 여자친구가 생기기를 바라는 오덕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책의 많은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지만, 너무도 당연해서 별로 감흥이 없는 조언도 많이 있었다.

  •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말라.
  • 열정을 키워라
  • 주변을 당신보다 뛰어난 개발자들로 채워라.
  • 일하면서 성찰하라.

이런 조언들은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하는 그 어떤 견습생이라도 이미 알고 있을 내용이다.

책을 읽는동안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라는 책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내 생각에는 이 책보다는 실용주의 프로그래머가 견습생들에게 훨씬 더 가치 있고 읽을 만한 책이다.
기술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조금만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줬으면 좋았겠지만 이 책에서는 아쉽게도 그런 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가볍게 머리 식힐 생각으로 읽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